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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권한, 권력: 엡 1:19–23에 나타난 직분의 질서와 교회 공동체의 회복 부제: “성경적 권위 구조와 그 오용에 대한 교회 및 사회적 성찰”

egeiro 2025. 6. 14. 12:32

권위, 권한, 권력: 엡 1:19–23에 나타난 직분의 질서와 교회 공동체의 회복
부제: “성경적 권위 구조와 그 오용에 대한 교회 및 사회적 성찰”

 

차례 (목차)

1. 서론

2. 권위, 권한, 권력의 개념 구분과 신학적 기초

3. 에베소서 1:1923에 나타난 권위 구조 분석

4. 현대 교회와 사회에서의 권력 오용 실태

5. 교회 직분자(집사, 장로, 목사)의 권위-권한-권력의 바른 이해

6. 건강한 교회를 위한 질서 회복 제안

7. 결론 및 실천적 제언




1.
서론

오늘날 교회와 사회는 권력(power)’의 문제로 인해 심각한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는 단지 정권 교체나 제도적 개편의 차원을 넘어, 공동체 내부에서 권위(authority), 권한(authorization), 권력(power)의 관계가 왜곡되고 오용됨으로써 발생하는 구조적 병리다. 특히 지도자들이 권위 없는 권력을 휘두르거나, 정당한 위임 절차 없이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구성원들의 불신과 저항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이는 공동체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질서와 일치보다는 분열과 무질서의 상태로 이끌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세속 사회뿐 아니라 오늘날 많은 교회 공동체 내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난다. 교회는 본래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권위의 질서를 따라 움직이는 영적 공동체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목회자나 직분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위의 본질을 오해하거나, 하나님으로부터 위임된 권한의 범주를 벗어나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 결과, 교회는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반영하는 공동체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인간의 정치적, 사회적 이익에 기울어진 비성경적 구조로 변질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본 논문은 신약 성경, 특히 에베소서 1:1923을 중심 본문으로 하여, 권위(ἐξουσία), 권한(δίδωμι), 권력(δύναμις, κράτος, ἐνέργεια, ἰσχύς)의 개념을 성경적·언어적·신학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이 본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고 승귀하심으로 하나님의 절대적 권위를 위임받고, 그 권위를 교회에 부여하신 구조를 잘 보여준다. 이를 통해 성경이 말하는 권위 구조의 본질과 그 유기적 질서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그것이 교회와 사회 공동체에 어떤 기준을 제공하는지를 탐구한다.

또한 이 논문은 이러한 신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현대 한국 사회의 정치 현실, 특히 전 정부의 통치 방식에서 나타난 권력 구조의 오용 사례를 비판적으로 조명할 것이다. 예컨대 정당성과 신뢰 기반을 갖추지 못한 권력 사용, 위임 없는 권한 남용, 권위의 탈정당화 등은 공동체의 통합을 해치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분석은 오늘날 교회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교훈을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교회가 다시금 하나님의 통치 질서 아래 바로 서야 함을 강조한다.

이 논문의 궁극적 목적은, 교회 안에서 직분’(집사, 장로, 목사 등)을 맡은 이들이 권위, 권한, 권력을 바르게 이해하고, 그것을 성경적 질서 속에서 유기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신학적 기반과 실천적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 나아가 이는 교회 공동체뿐 아니라 가정, 조직, 사회 전체에 적용 가능한 질서의 원리를 제공함으로써, 하나님의 통치가 이 땅에서 구현되는 구체적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2. 권위, 권한, 권력의 개념 구분과 신학적 기초

2.1 용어의 기본 개념 정의

오늘날 교회와 사회에서 사용되는 '권위(Authority)', '권한(Authorization)', '권력(Power)'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신학적으로 그리고 성경적 관점에서는 서로 다른 기능과 위계를 지닌 개념들이다. 이 구분을 명확히 하는 것은 교회 내 직분 이해뿐 아니라, 올바른 영적 질서 회복을 위해 필수적이다.

 

2.1.1 권위 (Authority, ἐξουσία)

권위는 헬라어로 ξουσία(엑수시아)라 하며, 단순한 이나 강제력이 아닌, 위로부터 부여된 정당한 자격과 통치적 지위를 의미한다. 예수께서 부활 후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28:18)라고 하신 말씀은,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위임받은 최고 권위를 선언하신 것이다. ἐξουσία는 단순한 명령의 권한이 아니라, 그 명령이 정당성을 갖고 수용되어야 할 자격이 있음을 전제한다. 따라서 권위는 인격적 신뢰와 깊은 관련이 있다.

 

2.1.2 권한 (Authorization, δίδωμι, τίθημι, καταρτίζω )

권한은 권위에서 위임되는 실행 자격으로 이해할 수 있다. 헬라어로 직접 대응되는 단어는 없지만, 위임·임명·부여를 의미하는 δίδωμι(주다), τίθημι(세우다), καταρτίζω(준비시키다) 등의 동사에서 권한 개념이 파생된다. 예컨대 사도행전 20:28에서 성령이 저들 가운데 너희로 감독자를 삼고(ἔθετο)”라는 표현은, 교회의 권위자들이 하나님의 위임(authorization)을 받아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1.3 권력 (Power, δύναμις, κράτος, ἐνέργεια, ἰσχύς)

권력은 어떤 일이나 명령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힘, 영향력, 작동 능력을 말한다. 성경은 이 개념을 다양한 헬라어 단어로 표현한다.

 

δύναμις: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능력, 은사나 기적과 연결된다 (1:8)

κράτος: 외적으로 행사되는 통치력 또는 지배력 (1:19)

νέργεια: 작동하는 능력, 에너지와 같은 지속적 작용 (1:19)

σχύς: 신체적/조직적 강건함 또는 자원력 (1:19)

 

이러한 권력은 단지 물리적 강제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실현할 수 있는 실제적 실행 능력을 포함한다. 하나님께서 예수 안에서 발휘하신 권력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시키고, 통치권을 주시는 권능으로 나타났다(1:20).

 

 

2.2 신학적 구조: 삼위일체 하나님 안의 권위권한권력의 일치

이 세 개념은 본질적으로 분리되지 않으며, 삼위일체 하나님의 내재적 구조 안에서 온전히 통합된 질서를 이룬다. 성부는 권위의 원천으로서 창조와 주권을 가지시며(1:1, 3:16), 성자는 성부의 뜻에 따라 권한을 위임받아 구속 사역을 행하셨고(5:1930, 28:18), 성령은 이를 능력 있게 성취하고 교회에 권능을 부어 사역을 가능케 하신다(1:8, 고전 12:411). 이처럼 삼위 하나님 안에서는 권위의 정당성 권한의 위임 권력의 행사라는 성서적 권위 구조의 완전한 조화가 존재한다.

 

2.3 교회론적 적용: 질서 있는 공동체로서의 교회

이러한 하나님의 질서를 반영하는 영적 공동체이다. 에베소서 1:2223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물 위에 교회의 머리로 세우신 하나님의 결정을 말하며, 이는 교회가 예수의 권위 아래 질서를 세워가야 할 공동체임을 분명히 한다. 여기서 머리’(κεφαλή)로서의 그리스도는 권위의 원천이며, 성도와 직분자들은 그 권위 아래 권한을 위임받아 권력을 행사하는 자들로 이해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권위 없이 권한을 주장하거나, 권한 없이 권력을 행사할 경우 교회는 성경적 질서를 잃고 인간 중심의 조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분자(집사, 장로, 감독, 목사)는 먼저 하나님의 권위에 순종함으로 권한을 받고, 그 권한에 합당한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2.4 요약 정리

개념 헬라어 정의 신학적 역할
권위 ξουσία 통치의 정당성, 위에서 오는 자격 성부의 주권, 그리스도의 머리되심
권한 δίδωμι 권위에 근거한 위임된 실행 자격 성자의 위임, 교회 직분자에게 부여
권력 δύναμις, κράτος,
νέργεια, ἰσχύς
실행 능력과 영향력 성령의 역사, 교회의 사역 동력

 

 

3. 에베소서 1:1923에 나타난 권위 구조 분석

에베소서 1:1923은 바울이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문의 정점으로, 믿는 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능력과 그리스도께 부여하신 권위, 그리고 그 권위의 교회에 대한 위임을 선언하는 본문이다. 바울은 이 본문에서 동일한 '능력'이라 불리는 하나님의 역사적 활동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어떻게 드러났고,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은 교회에 어떻게 위임되었는지를 복합적인 단어군을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본문은 권위(ἐξουσία), 권한(δίδωμι), 권력(δύναμις, κράτος, ἐνέργεια, ἰσχύς)의 유기적 구조가 매우 정밀하게 표현된 대표적 성경 본문으로, 본 논문이 제시하는 핵심 구조를 가장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3.1 권력(Power): 네 가지 헬라어로 표현된 하나님의 실행 능력

에베소서 1:19에서 바울은 하나님의 '지극히 크신 능력'을 설명하며 네 개의 헬라어 단어를 나열한다.

 

δύναμις (뒤나미스) "능력"

이 단어는 하나님의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믿는 자들을 향하여 부어 주시는 하나님의 능동적 실행력이다.

: 1:8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νέργεια (에네르게이아) "역사하심"

실제로 작동하는 능력이다. 하나님의 능력이 추상적이지 않고 실제 역사 가운데서 에너지원처럼 작용함을 강조한다.

문법상 여성 단수 명사, 주로 신적 활동을 지칭.

 

κράτος (크라토스) "강력"

구조적, 정치적 통치력 혹은 주권적 지배력을 뜻하며, 주로 하나님의 통치권 혹은 그리스도의 승천 후 권좌를 설명할 때 사용된다.

: 유다서 1:25 “지금부터 영원토록 권세와 위엄이 그에게 있을지어다

 

σχύς (이스퀴스) ""

체력적, 군사적 힘, 자원력으로도 해석되며, 국가적·조직적 강건함을 상징한다.

 

이 네 단어가 병렬로 사용된다는 점은, 바울이 단순히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추상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층위에서 하나님의 권력(power)믿는 자를 향해 작동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능력이 추상적이거나 잠재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교회를 세우고 다스리는 실제 동력임을 의미한다.

 

 

3.2 권위(Authority)와 위계적 구조

1:21에서는 이 능력의 발휘가 어디까지 확장되었는지를 설명한다:

모든 정사(ἀρχή)와 권세(ἐξουσία)와 능력(δύναμις)과 주관하는 자와

ρχή (아르케): 가장 윗자리에 있는 위계적 권세. ‘시작’, ‘통치체제’, ‘영적 권세로도 해석됨.

ξουσία (엑수시아): 주어진 통치 자격 또는 통제력. 예수께서 부활 이후 하나님께 받아 모든 피조 세계 위에 세워진 권위.

 

본문은 그리스도께서 단순히 능력을 받았을 뿐 아니라, 모든 권세 체계 위에 군림하게 되었음을 선언한다. 여기서 말하는 권세는 하늘과 땅의 모든 천사적·인간적 질서를 포함한다.

 

 

3.3 권한(Authorization): δίδωμι와 교회의 직분자

1:2223은 이 권위가 단지 그리스도에게 머무르지 않고, 교회에 위임되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그를 만물 위에 교회의 머리로 주셨느니라(δίδωμι)”

δίδωμι (디도미)**주다’, ‘위임하다’, ‘지명하다는 뜻의 동사로서, 권위를 가진 자가 다른 이에게 권한을 공식적으로 위탁하는 행위를 나타낸다.

예수 그리스도께 주어진 권세는, 교회에 머리로 주심으로써 교회 공동체가 그 권위를 위임받은 실체로 세워졌음을 의미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1:23), 그 권위는 교회 안에서 직분자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구현된다.

 

 

3.4 구조 요약: 위로부터 아래로 흐르는 권위 질서

이 본문은 다음과 같은 신학적 권위 구조를 제시한다:

 

하나님 아버지

(부여된 권위, 권한, 권력)

예수 그리스도 (모든 정사와 권세 위에 있음)

(교회에 위임하심)

교회 (그리스도의 몸, 그 권위를 실행하는 존재)

(직분자: 장로, 감독, 목사, 집사 등)

세상과 열방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뜻이 전파됨)

 

이와 같은 질서는 신적 권위의 수직적 흐름을 담고 있으며, 권위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권한은 그 위임의 방식, 권력은 그 실행의 힘이다.

 

 

3.5 적용적 고찰: 왜곡된 권위 구조가 주는 위협

오늘날 교회와 사회는 권위와 권한, 권력의 경계를 혼동하거나 순서를 전도함으로써 무질서와 혼란에 빠진다. 예컨대, 전임 정부의 경우, 국민의 위임(권한) 없이도 권력 행사를 시도하거나, 권위 없는 인물들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함으로써 권력의 정당성이 무너진 사례가 있다.

교회 또한 직분자들이 그리스도의 권위와 권한에 대한 이해 없이 자신이 받은 지위를 사적 권력으로 오해할 때, 영적 권위는 무너지고 교회는 인간 중심의 조직체로 전락하게 된다.

 

 

3.6 결론

에베소서 1:1923은 삼위 하나님의 권위 체계와, 이를 위임받은 교회의 역할을 정밀하게 그려낸다. 하나님 그리스도 교회 직분자로 이어지는 권위의 흐름은 성경적이며,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회복할 때 교회는 다시금 신적 권위 아래 살아 움직이는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

 

 

 

4. 현대 교회와 사회에서의 권력 오용 실태

현대 사회와 교회는 권위와 권한, 권력의 본질을 혼동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함으로써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처럼, 권위가 없는 권력의 행사는 폭력으로 이어지고, 위임 없는 권한의 사용은 혼란과 분열을 야기한다.

에베소서 1:1923이 제시한 하나님 중심의 권위 질서가 왜곡될 때, 공동체는 그 본질을 상실하게 되며, 결국 하나님의 뜻과 무관한 조직체로 전락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세속 사회와 교회 안에서 나타나는 권위 질서의 왜곡과 권력의 오용 사례를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4.1 세속 사회에서의 권력 오용: ‘권위 없는 권력의 전형

최근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은, 권력의 근원이 되는 국민의 신임과 제도적 권위에 대한 존중 없이,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큰 사회적 저항을 초래했다. 특히 전 정부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보여준다:

 

(1) 검찰 권력의 비대화

검찰 조직의 자율성 강화라는 명분 하에, 정치적 중립성은 약화되고, 수사권과 기소권의 독점이 권력 집중으로 이어졌다.

이는 권한 위임의 원칙을 무시하고, 제도적 견제 없는 권력 행사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2) 행정권의 자의적 해석

정부 조직법과 헌법의 정신에 반하는 방식으로 행정 권한을 독단적으로 해석하거나 실행하면서, 권한 분립이 무시되었다.

위임된 권한이 아니라, 자기 해석에 의한 자의적 권력 행사가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했다.

 

(3) 비민주적 절차와 정치적 권위의 붕괴

소통 부재와 밀실 결정, 상명하복의 정치 문화는 시민이 위임한 권한을 권위 없는 절차로 집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행정조직은 신뢰를 상실한 권력으로 기능하게 되며, 국민은 자발적 복종이 아닌 강제된 순응 상태에 머물게 된다.

이러한 예는 권위 없는 권력이 어떻게 공동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며, 그 대안은 정당한 위임과 절차에 따른 권한의 행사, 투명한 권력의 구조화에 있다.

 

 

4.2 교회 내 권력 왜곡: 직분자의 자기 확대와 교회 질서 파괴

교회 역시 세속 사회 못지않게 권력 오용의 문제를 안고 있다. 성경이 제시하는 권위(ἐξουσία)는 하나님과 그리스도로부터 온 것이며, 교회는 이를 위임받아 사랑과 섬김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교회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1) 목회자의 독단적 결정

일부 교회에서는 목회자가 마치 절대 권력자처럼 교회의 모든 행정, 재정, 사역을 독점하며, 공동체 의사결정 구조를 무시한다.

이러한 권력 집중은 성도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교회 민주주의의 부재를 낳는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머리 되심과 교회의 지체됨을 무시한 구조이다.

 

(2) 장로·집사의 권위 착각

장로와 집사는 본래 교회를 섬기고 돌보는 직분으로 세워진 자들이지만, 때로는 이들이 교회 내 정치 세력화 되어 자기 권한을 남용하기도 한다.

어떤 교회에서는 장로직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거나, 목회자의 사역을 방해하는 도구로 전락되기도 한다.

 

(3) 위임되지 않은 자의 사역 주도

권위 없이 자칭 사역자로 활동하는 이들이 교회 질서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는 공적 위임(authorization)이 없는 사역 활동으로서,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를 파괴하며 교회 분열을 조장한다.

 

 

4.3 신학적 진단과 성경적 비판

성경은 권위와 권한, 권력을 모두 하나님께 속한 것으로 본다. 예수께서는 나는 내 뜻대로 말하지 아니하고,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따라 말한다”(12:49)고 말씀하셨고, 바울은 하나님의 집을 바르게 세우기 위해 감독과 장로, 집사들이 세움받았다고 가르친다(딤전 3, 1).

교회 내 직분자들은 자신의 직분이 권력의 자리가 아니라 섬김의 자리임을 기억해야 하며, 자신이 행사하는 권한은 그리스도로부터 위임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4.4 결론

교회와 사회는 권위, 권한, 권력의 관계를 혼동함으로써 수많은 분열과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권위 없는 권력 행사, 권한의 무시, 절차 없는 위임은 조직 전체의 정당성을 무너뜨리고 피지배자의 순종을 강요하는 구조를 낳는다. 이러한 왜곡된 구조는 하나님의 통치 방식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에베소서 1장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권위 질서로 되돌아가야 한다.

 

 

5. 교회 직분자(집사, 장로, 목사)의 권위권한권력의 바른 이해

신약 성경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 정의하며(1:23), 이 공동체 안에 각기 다른 직분(διακονία, διακονέω, ἐπίσκοπος, πρεσβύτερος, ποιμήν )을 주어 하나님의 질서를 세우고자 하셨다. 교회 직분자들은 하늘로부터 부여된 권위(ἐξουσία)를 기반으로 하여, 그 사역에 필요한 권한과 권력을 위임받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기 위한 유기적 구조 안에서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며, 자기 목적을 위한 권력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각 직분은 신학적 근거와 함께, 그 고유의 권위·권한·권력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할 때에만 교회는 성숙하게 세워질 수 있다.

 

 

5.1 집사: 섬김의 권위, 봉사의 권한, 실행 능력의 권력

1) 권위 (ἐξουσία):
집사는 성경적으로 *‘탁자에 섬기다’*라는 의미의 διακονία에서 유래하며, 초대교회에서는 (6:1-6) 필요한 돌봄과 구제를 조직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세운 직분이다. 이 직분은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교회의 공적 권위에 의해 세워진 공적 사역자이다.

 

2) 권한 (δίδωμι, διακονέω):
집사는 공동체 안에서 사도 혹은 장로들의 사역 부담을 덜기 위해 공식적으로 위임받은 봉사의 권한을 가진다. 이는 자발적인 섬김이 아니라 **교회로부터 위탁된 직무’**이며, 교회는 이를 존중하고 협력해야 한다.

 

3) 권력 (ἐνέργεια, δύναμις):
집사는 교회의 실질적 필요를 실행해내는 능력 기반의 사역자이며, 이를 위해 조직, 돌봄, 구제, 협력의 실행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는 결코 정치적 권력이 아니며, 사랑 안에서 실천되는 능력의 권력이다.

 

 

5.2 장로: 감독의 권위, 공동체 보호 권한, 분별과 치리의 권력

1) 권위 (ἐξουσία):
장로(πρεσβύτερος)는 성경에서 가르침과 치리, 감독 사역의 중심에 있는 직분으로, 디모데전서와 디도서에서 매우 강조된다(딤전 5:17, 1:5). 장로는 하나님의 교회를 대표하여 감독하는 권위를 부여받은 자이다. 이는 나이의 권위가 아니라 영적 성숙과 공동체 대표성에 따른 권위이다.

 

2) 권한 (δίδωμι, ἐπισκοπή):
장로는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성도들을 보호하며, 바른 교훈으로 인도하도록 공적으로 위임받은 사역의 권한을 가진다. 이는 단순한 조언자의 권한이 아니라, 교회의 가시적 질서와 분별을 실행할 권한이다. 목회자와 함께 교회 행정, 교리, 교훈, 권징을 수행한다.

 

3) 권력 (κρίσις, κράτος):
장로는 치리 권력의 일부를 위임받아, 공동체의 분쟁을 조정하고, 영적 기준에 따른 판단과 교정의 권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이 권력은 자기의 영광이나 입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공동체 보호와 회복을 위한 제한적 사용이어야 한다.

 

 

5.3 목사: 말씀과 성례의 권위, 양육과 지도 권한, 영적 영향력의 권력

1) 권위 (ἐξουσία):
목사는 목자’(ποιμήν)라는 개념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과 성례를 위임받은 자로서 교회의 가장 중심적 권위를 가진다. 이는 그리스도의 대리인이 아닌 그리스도의 명령을 선포하는 청지기적 권위이다(고전 4:1-2).

 

2) 권한 (δίδωμι, διδάσκω, ποιμαίνω):
말씀을 가르치고, 성례를 집례하며, 교회를 영적으로 양육하고 인도할 수 있는 공적이고 공식적인 사역의 권한을 가지며, 이는 개인의 재능이나 카리스마가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과 교회의 인준을 통해 주어진다.

 

3) 권력 (δύναμις, ἐνέργεια):
목사의 권력은 성도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영적 권력이며, 이 권력이 강제성이나 위압감이 아니라 설득력, 진리, 모범, 은혜의 능력으로 나타나야 한다(딤후 2:24-26). 목사의 말은 진리 안에서 권위와 권력을 갖지만, 사랑과 겸손 없이 행사되는 권력은 곧 독선이 된다.

 

 

5.4 직분 질서와 교회의 건강

이처럼 직분자들은 권위를 통해 사명을 부여받고, 권한을 통해 사역을 위임받으며, 권력을 통해 그 사역을 실현해 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유기체적 질서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순서가 뒤바뀌거나 왜곡될 경우, 교회는 권위 없는 권력, 허가되지 않은 권한, 사사로운 직분 오용으로 인해 병들게 된다.

따라서 성도들은 직분자들의 공적 권위를 인정하고, 직분자들은 하나님 앞에서의 청지기적 책임을 자각하며, 자기 권력을 절제하여 공동체를 세우는 데에만 사용해야 한다.

 

 

6. 건강한 교회를 위한 질서 회복 제안

오늘날 많은 교회가 직분자 중심의 권위주의, 구조적 불균형, 책임 없는 권력 남용으로 인해 공동체의 신뢰를 잃고 있다. 이에 본 장에서는 에베소서 1:19-23의 권위 구조를 바탕으로 교회가 어떻게 하나님 나라 질서 안에서 건강하게 회복될 수 있는지를 제안한다. 핵심은 권위의 회복, 권한의 명확화, 권력의 절제이며, 이는 세 가지 방향에서 구체화된다.

 

 

6.1 성경적 권위의 회복: 하나님 그리스도 교회 직분자 성도

교회 내 모든 권위는 하나님께로부터 시작하여 그리스도에게 주어졌고(1:20-21), 그 권위는 교회에 부여되어(1:22-23), 직분자를 통해 성도에게 전달되는 유기적 질서를 따른다.

이 질서가 왜곡될 경우(: 성도가 하나님의 뜻보다 사람의 명령에 순종하거나, 목회자가 하나님의 뜻보다 자신의 영향력에 의지할 때), 교회는 보이는 권력은 있으나 실질적 영적 권위는 상실된 구조가 되고 만다.

따라서 회복을 위한 첫걸음은 직분자, 성도 모두가 권위의 기원(하나님), 매개(그리스도), 실현(교회 공동체)에 대한 명확한 신학적 인식과 경외를 회복하는 것이다.

 

 

6.2 권한 위임 구조의 명확화: 제직회, 공동의회, 목회자장로 협의 체계

권위가 존재하지만, 권한이 불분명하면 사역은 무질서하거나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려면 교회 안에 다음과 같은 구조적 명확성이 필요하다:

제직회는 집사 중심의 행정 및 섬김 사역의 실행 기구로, 실무적 권한과 범위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공동의회는 회중 교회의 전통처럼 전체 성도의 동의와 감시를 전제하며, 목회와 행정의 균형을 잡는 데 필수적이다.

목회자장로 협의 체계는 공동체 치리와 분별에 필요한 영적 판단권과 결단의 권한을 지닌 조직으로, 한 사람의 독단이 아닌 팀 사역의 원칙을 따른다.

이는 단지 행정적 조치가 아니라, 성경의 지혜에 따른 권한 위임과 공동 책임의 질서를 구현하려는 시도이다(18:21-23, 6:1-6).

 

 

6.3 권력 행사에 대한 책임 구조: 감시, 제한, 투명성

권력이란 실행력 그 자체이기에 항상 통제 구조 안에서 작동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사적 목적, 명예, 정치화된 영향력으로 변질될 수 있다.

권력의 감시: 장기적인 직분자 중심의 독주를 막기 위해 교회 내에는 의사결정의 감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며, 회중에게 정기적인 보고와 소통이 필수적이다.

권력의 제한: 교회 직분자의 권력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과 공동체 규범 안에서 제한되는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권력의 투명성: 목회적, 재정적, 행정적 결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보고하는 구조는 신뢰를 회복하고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열쇠이다.

예수께서도 자신의 능력을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행하려 함이라”(6:38)고 고백하셨다. 참된 권력은 자기 부정, 자기 절제 안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6.4 요약 및 적용

권위는 위로부터 온다. 권한은 위임된다. 권력은 제한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바로 설 때 교회는 진정한 하나님 나라 공동체로서 세워질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가 되셨고, 우리는 그 몸 안에서 질서를 따라 지체로 부름받았다는 사실(1:22-23)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교회는 다음과 같은 실천적 개혁 과제를 추구해야 한다:

직분자의 권한과 책임을 명문화하고 교회 앞에 공개

회중 참여형 의사결정 문화 정착

목회자의 권위와 지도력을 청지기 정신으로 가르치고 훈련

권력 오용 방지 교육과 감시 체계 구축

 

 

7. 결론 및 실천적 제언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 중 하나는, 정당한 권위 없이 권력이 행사되고, 적절한 위임 없이 권한이 남용되는 구조적 왜곡이다. 이는 단지 조직 운영의 실수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통치 원리를 훼손하는 본질적인 문제이며, 교회가 신앙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근본 원인이 된다.

성경은 권위(ἐξουσία)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다"(28:18)고 하신 말씀은, 권위의 최종적 소속이 인간이 아닌 하나님께 있다는 사실을 천명한다. 이러한 권위는 위임의 과정을 통해 그리스도에게, 그리고 다시 그분의 몸 된 교회와 그 직분자들에게 주어진다. 권한은 단순한 허락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주어진 위임된 책임이며, 따라서 항상 권위의 근원에 대한 신실한 순종과 연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대 교회 내에서는 권위는 사라지고 권력만 남은 경우가 많다. 목회자가 하나님의 뜻을 묻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거나, 장로 혹은 집사가 위임되지 않은 범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교회를 공동체가 아니라 권력의 피라미드로 만들고 만다. 이러한 구조는 불신과 반감을 낳고, 결국 교회는 분열과 침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러므로 오늘날 교회는 권위, 권한, 권력의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권위 아래 자신의 사역을 겸손히 위치시켜야 하며, 장로와 집사는 권위에서 위임된 권한의 범위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 안에서만 권력을 사용해야 한다. 모든 직분자는 공동체의 동의와 신뢰 속에서 제한적으로, 책임 있게 권력을 행사해야 하며, 권력은 반드시 견제 가능한 구조 안에서만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는 교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권위 없는 권력이 행사될 때 정치적 불신과 사회적 혼란이 초래된다. 이는 최근 몇 년간의 전 정부 사례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법적 절차와 위임을 무시한 채 집행된 정책, 권력기관의 과잉 개입, 일방적 통치는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으며, 이는 교회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중요한 역사적 교훈이다.

가정, 직장, 학교, 시민 공동체 역시 동일한 원리를 따른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권위가 사랑과 책임 속에서 세워지고, 그 권한이 자녀를 양육하는 데 쓰일 때 가정은 평안하다. 그러나 권위를 상실한 채 명령만을 일삼으면 가정은 분열된다. 회사에서도, 직책은 단지 권력이 아니라, 위로부터 위임된 책임이며, 구성원의 신뢰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건강한 교회, 건강한 사회는 바로 선 권위 구조 위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은 실천적 제언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신학 교육과 교회 내 제직 훈련 과정에서 권위권한권력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직분자에게는 위임과 책임의 신학을 반드시 내면화하도록 해야 한다교회는 목회자와 평신도 리더십 사이의 수평적 소통 구조를 통해 권력 남용을 방지하고, 공동체적 결정과정 속에서 권한을 행사하는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한국교회는 정치적 권력이나 물리적 영향력을 추구하는 것을 회개하고, 다시금 성경적 권위에 뿌리박은 거룩한 영향력의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모든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위로부터의 권위를 경외함으로써, 일상 속에서 성경적 질서를 구현해가는 사명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