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소명, 위임, 사명 (사도행전 1:8)
1. 복음 사명의 출발점: 권위, 권한, 권력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요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행 1:7–8).
우리는 지금 ‘권위, 권한, 권력’이라는 세 개념을 중심으로 교회의 균형과 질서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를 성경적으로 다시 표현하면 ‘소명, 위임, 사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주신 권위는 ‘소명’으로, 교회를 통한 권한은 ‘위임’으로, 그리고 그 사명을 감당하는 능력은 ‘권력’이 아닌 ‘사명’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교회와 정치의 관계
정치는 단지 국가 차원의 것이 아니라 두 사람 이상만 모여도 발생하는 것이며, 교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교회 안의 정치가 세속적 방법으로 흐르면 분열과 편당이 생깁니다. 그러나 성령의 권위와 권한에 기초한 교회 정치가 이루어질 때, 교회는 건강한 조직으로 세워집니다.
3. 교회의 시작점: 사도행전 1장 8절
사도행전 1장 8절은 교회의 가장 근원적인 시작점을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시기 전에 하신 명령으로, 성령을 받는 것이 증인 됨의 전제 조건이며, 그 출발이 곧 교회의 시작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너희’는 과거의 제자들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도 적용됩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권위로부터 부르심을 받은 증인입니다.
4. 권능, 두나미스에 대한 이해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여기서 권능은 헬라어로 ‘두나미스(δύναμις)’입니다. 이는 외부로부터 주입되는 힘이 아니라 내면에서 폭발적으로 나오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두나미스는 복음 자체 안에 내재된 능력이며, 성령을 통해 우리 안에 부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권능은 신자의 정체성과 사명을 움직이는 원동력입니다.
5. 예루살렘에서 땅끝까지: 복음의 확장
1장 8절의 지리적 순서는 곧 우리의 복음 사역의 적용 범위를 말해 줍니다. 예루살렘은 나 자신, 유대는 내 가족, 사마리아는 껄끄러운 이웃, 땅끝은 모든 민족입니다. 복음의 능력은 내 삶을 변화시키고, 이웃과 온 세계로 흘러가야 합니다.
6. 성령 충만의 결과: 증인됨
"우리는 이 일에 증인이요 하나님이 자기에게 순종하는 사람들에게 주신 성령도 그러하니라" (행 5:32). 성령의 임재는 단순한 감정적 고양이 아닌,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거하는 삶으로 나타납니다. 성령 충만한 사람은 ‘말하지 않을 수 없는’ 내적 충동을 갖습니다. 그것이 곧 증인의 삶이며, 우리 모두가 소명, 위임, 사명 가운데 살아가야 할 삶입니다.
7. 질서와 직분의 중요성
성령의 권능이 임한 자들에게는 질서 있는 공동체를 세울 책임도 주어졌습니다. 사도행전 20장 28절은 장로, 감독, 목자와 같은 직분이 교회를 목양하고 돌보는 역할을 감당해야 함을 보여 줍니다. 예배, 성례, 설교, 치리 등 교회의 모든 질서 있는 삶은 바로 이 직분자들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8. 예전과 은혜의 연속성
침례와 성만찬, 예배의 형식들 또한 권위 아래서 의미 있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회의 성례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을 드러내는 거룩한 통로입니다. 이 은혜의 순간들은 가볍게 여기지 말고, 질서와 예전 가운데 진중하게 행해야 합니다.
9. 장로, 감독, 목자의 관계
성경은 장로(πρεσβύτερος), 감독(ἐπίσκοπος), 목자(ποιμήν)를 동일한 직무를 표현하는 다른 호칭으로 사용합니다. 장로는 어른됨의 상징이며, 감독은 돌보는 자, 목자는 양을 먹이고 보호하는 자입니다. 이들은 모두 교회 안에서 성도들을 섬기고 보호하는 사명을 감당합니다.
10. 어른됨의 영적 기준
장로직은 단순한 연령 순이 아닌, 영적 어른됨과 섬김의 자세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디모데전서 3장과 디도서 1장은 어른다운 삶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절제, 신중함, 가정 다스림, 낯선 자를 환대함, 다툼이 없음 등 이러한 삶을 사는 자가 교회 안의 어른입니다.
11. 세대 간의 이어짐과 교회의 성장
교회는 다음 세대에게 사명을 위임해야 합니다. 젊은 성도라도 성령의 권능과 성숙한 믿음을 가졌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교회 안에서 어른으로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성령이 임한 자는 나이보다 사명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12. 교회 지도자 명칭의 역사적 발전
1세기에는 장로, 감독, 목자가 동일한 직분으로 통용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제도적 분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종교개혁 이후 ‘목사(pastor)’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양을 먹이는 자’라는 뜻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개신교 내에서는 이 세 직분을 동일한 기능으로 보는 입장이 대부분입니다.
13. 교단별 직분 이해의 차이
장로교는 장로와 목사를 구분하되, 말씀과 성례를 맡은 장로로 목사를 정의합니다. 감리교와 성결교는 감독을 행정적 상위직으로, 침례교는 목사와 장로를 동일 직분으로 간주합니다. 모든 교단은 기본적으로 복수 지도자 체제와 협력 리더십을 이상적인 구조로 보고 있습니다.
14. 교회의 어른: 섬김의 사람
교회 안의 참된 어른은 오래 산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공동체를 섬기며 책임지는 자입니다. 그는 권위 의식에 기초한 말과 행동, 삶을 통해 공동체에 유익을 끼치는 사람입니다. 우리 교회에는 이러한 어른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15. 권위에 대한 자각과 성령의 능력
오늘날 교회가 약해진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받은 권위에 대한 인식 부족입니다. 성령의 임재와 권능은 단지 구원의 증표가 아니라, 사명의 동력이 됩니다. 이 권능을 제대로 인식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게으른 종이 됩니다.
16. 결론: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1장 8절
사도행전 1장 8절은 단지 과거의 명령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부르심의 말씀입니다. 성령이 임하셨다면 우리는 증인으로서 살고 있는지 자문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권위와 능력을 알고, 그에 걸맞은 삶을 살아갈 때, 교회는 다시금 능력 있는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