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진 하나님 나라, 이루어지고 있는 하나님 나라,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
서론
하나님 나라는 성경과 기독교 신학에서 가장 중심적인 주제 중 하나입니다. 예수님의 사역과 가르침은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그 의미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단순히 미래의 종말적 사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예수님의 성육신과 공생애를 통해 시작된 현실적 경험이기도 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과거에 이미 이루어졌고, 현재 교회의 삶과 성도들의 사역을 통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미래에 완성될 것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성경적 구절과 여러 신학자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하나님 나라", "이루어지고 있는 하나님 나라", 그리고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하나님 나라의 개념을 분석하고, 그 신학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자 합니다.
1. 이루어진 하나님 나라
1.1. 성경적 근거
하나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과 함께 이 땅에 임했습니다. 복음서들은 예수님의 사역을 통해 이미 하나님 나라가 임했음을 분명하게 증언합니다. 예수님은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막 1:15)라고 선포하시며 하나님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선언하셨습니다. 또한, 예수님은 병자들을 고치고 귀신을 쫓아내며 "만일 내가 하나님의 손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 (눅 11:20)라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구절들은 예수님의 사역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이미 이 세상에 실재적으로 도래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누가복음 17:21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하나님 나라가 단지 미래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이미 예수님의 사역과 함께 임한 현실적 왕국임을 명확히 나타냅니다. 이 구절은 예수님을 통한 하나님 나라의 실재적 도래를 강조합니다. 따라서 성경은 하나님 나라가 이미 이루어졌다는 중요한 진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1.2. 신학자들의 견해
- 오스카 쿨만(Oscar Cullmann): 쿨만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과 그의 십자가 사건을 하나님 나라의 결정적 순간으로 이해합니다. 그는 예수님의 성육신과 구속 사역이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이미 성취한 사건으로 보며, 하나님 나라가 이미 이 세상에 도래했음을 강조합니다. 쿨만은 예수님의 초림이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위한 핵심 사건이라고 설명하며, 이 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봅니다.
- 게르하르트 에벨링(Gerhard Ebeling): 에벨링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이 이미 하나님 나라의 실체적 도래를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성육신과 그가 이룬 구속의 역사가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상징하며, 이를 통해 하나님의 통치가 시작되었음을 강조합니다. 예수님의 사역은 하나님 나라의 초석이며, 이를 통해 하나님 나라는 현실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설명합니다.
- 에르네스트 페켄(E.P. Sanders): 페켄은 예수님의 사역을 하나님 나라의 실질적인 도래로 해석하며, 예수님의 기적과 가르침이 하나님 나라가 이미 이 땅에 임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설명합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실현하셨고, 이를 통해 하나님 나라는 역사적 현실이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2. 이루어지고 있는 하나님 나라
2.1. 성경적 근거
하나님 나라는 예수님의 사역을 통해 이미 도래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정으로 묘사됩니다. 하나님 나라는 완성된 사건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며,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교회의 사역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씨앗에 비유하시며, 그 나라는 마치 사람이 밭에 씨를 뿌리고 자라나 열매를 맺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셨습니다(막 4:26-29). 이 비유는 하나님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전한 열매를 맺기 위한 과정 중에 있음을 나타냅니다.
또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마 6:10)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시면서, 하나님 나라가 지금 이 땅에서 이루어져 가는 과정에 있음을 강조하십니다. 이는 하나님 나라가 이미 도래했으나, 여전히 성취되어 가는 중이라는 현재적 측면을 보여줍니다. 성경은 하나님 나라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교회와 성도들의 역할을 통해 그 나라는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2.2. 신학자들의 견해
- 게오르그 렌즈(George Eldon Ladd): 렌즈는 하나님 나라를 "Already but Not Yet"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그는 하나님 나라가 예수님의 초림을 통해 이 땅에 도래했지만, 아직 완전하게 실현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그 완전한 성취를 기다리고 있으며, 예수님의 재림을 통해 그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렌즈는 설명합니다. 그의 관점에서 하나님 나라는 현재 교회의 삶과 사역을 통해 확장되고 있으며, 성도들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부름받았습니다.
- 헤르만 리델보스(Herman Ridderbos): 리델보스는 하나님 나라의 "진행 중인 성격"을 강조하며, 현재의 교회는 하나님 나라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교회의 사명이 바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고,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실현하는 데 있다고 주장합니다. 리델보스는 예수님께서 이루신 하나님 나라가 이제는 교회의 사역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구속사가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 N.T. 라이트(N.T. Wright): 라이트는 하나님 나라가 예수님의 사역을 통해 이미 시작되었지만, 그 나라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는 하나님 나라의 성장은 예수님의 부활 이후에도 계속되며, 교회는 그 나라의 확장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라고 강조합니다. 라이트는 성도들의 삶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성령의 역사와 더불어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3.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
3.1. 성경적 근거
하나님 나라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전히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성경은 하나님 나라가 미래에 완성될 것을 분명히 예고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재림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완전히 이루어질 것을 말씀하셨으며, 요한계시록 21-22장은 하나님 나라의 완전한 실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거하시리니" (계 21:3)는 구절은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상징하며, 이 때는 더 이상 슬픔도, 고통도, 죽음도 없는 완전한 상태가 될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너희가 인자가 구름을 타고 능력과 큰 영광으로 오는 것을 보리라" (눅 21:27)며 종말의 때에 하나님 나라가 완성될 것을 예고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예수님의 재림과 함께 완전하게 도래하며, 그때 모든 불의와 죄는 사라지고,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완전히 실현될 것입니다. 성경은 이 하나님 나라의 미래적 완성을 계속해서 강조합니다.
3.2. 신학자들의 견해
-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 몰트만은 하나님 나라의 미래적 성취를 강조하면서 하나님 나라는 궁극적으로 예수님의 재림과 함께 완성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종말론적 희망을 중심으로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현재의 불완전함과 고통은 미래의 하나님 나라에서 완전한 정의와 평화로 대체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몰트만은 이 땅의 고난과 불의는 하나님의 종말적 개입에 의해 해결될 것이며, 최종적으로 하나님 나라의 완전한 실현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카를 바르트(Karl Barth): 바르트는 하나님 나라의 완성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인간의 노력이나 활동으로 하나님 나라가 완성될 수 없으며, 오직 하나님께서 주도적으로 종말의 때에 하나님 나라를 완성하실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바르트는 하나님 나라의 완성은 하나님의 주권적 개입에 의해만 가능하며, 인간은 그 과정을 기다리고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 브루그만은 하나님 나라의 완성에 대한 희망을 강조하며, 하나님 나라는 종말의 때에 온전히 실현될 것이며, 그때는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서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하나님 나라의 완성은 창조 질서의 회복과 구속의 절정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통해 성취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4. 통합적 관점: 하나님 나라의 삼중적 이해
하나님 나라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적 차원에서 삼중적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루어진 하나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과 함께 이미 시작되었으며, 그의 사역을 통해 구체적으로 도래한 사건입니다. "이루어지고 있는 하나님 나라"는 현재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성령의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는 예수님의 재림과 함께 완성될 미래적 사건으로, 새 하늘과 새 땅에서 하나님의 완전한 통치가 이루어질 것을 의미합니다.
이 삼중적 관점은 하나님 나라의 역동성을 잘 보여줍니다. 하나님 나라는 이미 이 세상에 임했으나, 여전히 성취되어 가는 과정 중에 있으며, 결국 종말의 때에 완전한 형태로 실현될 것입니다. 이러한 신학적 이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현재의 삶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위해 사역하며, 동시에 미래의 완전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자세를 요구합니다.
결론
하나님 나라는 이미 도래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Already but Not Yet"이라는 개념은 기독교 신앙의 중심적 진리입니다. 예수님의 성육신과 십자가 사건을 통해 하나님 나라는 이 세상에 실재적으로 도래했으며, 현재 그리스도인들과 교회의 삶을 통해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는 궁극적으로 예수님의 재림과 함께 완성될 것이며, 그때 하나님의 완전한 통치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성경은 이 삼중적 하나님 나라의 개념을 명확하게 제시하며, 여러 신학자들은 이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미래적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걸쳐 존재하는 역동적이며 종말론적인 현실이며, 그리스도인들은 이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완성을 위해 오늘날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현해야 한다는 신학적 소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 성경: 마가복음, 마태복음, 누가복음, 요한계시록.
- 오스카 쿨만, Christ and Time.
- 게르하르트 에벨링, Theology of the New Testament.
- 게오르그 렌즈, The Presence of the Future.
- 헤르만 리델보스, The Coming of the Kingdom.
- 위르겐 몰트만, Theology of Hope.
- 카를 바르트, Church Dogmatics.
- N.T. 라이트, Jesus and the Victory of God.
- 월터 브루그만, The Prophetic Imagin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