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이 하나님 나라가 당장 이루어질 것으로 오해했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역사적, 신학적, 그리고 문화적 요인이 존재한다.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메시아 사상과 정치적 기대
유대인들은 오랜 기간 동안 외세의 압제 아래 살아왔으며, 특히 바벨론 포로기 이후부터는 로마 제국의 통치를 받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그들은 메시아를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구원자로 이해했다.
- 구약의 예언들: 이사야서나 다니엘서에서 언급된 메시아의 도래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예언들이 강력한 왕권을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해석되었다.
- 로마 압제에 대한 반발: 유대인들은 로마 제국으로부터 해방되고 다윗 왕조와 같은 독립된 왕국이 세워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2. 구약적 하나님 나라의 관점
구약에서 하나님 나라는 주로 이스라엘 민족 중심의 지리적, 정치적 영역으로 이해되었다.
- 예를 들어, 출애굽 이후 가나안을 차지하는 과정이나 다윗과 솔로몬의 통치 시기가 하나님 나라의 이상적 모습으로 여겨졌다.
- 이러한 전통적 배경 때문에, 하나님 나라가 단순히 영적이고 내적이며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다.
3. 종말론적 기대와 시대적 상황
예수님 당시 많은 유대인들은 종말론적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배경에서 강화되었다:
- 종말론적 문헌: 에녹서나 4에스드라서 같은 유대교 외경들은 종말에 하나님이 직접 통치하시는 나라가 도래할 것을 강조했다.
- 바리새파와 열심당: 특히 열심당과 같은 정치적 단체들은 종말론적 기대를 바탕으로 메시아적 혁명을 준비했다.
4. 예수님의 메시지에 대한 오해
예수님은 공생애 동안 하나님 나라에 대해 자주 말씀하셨지만, 유대인들은 이를 자신의 기대에 맞추어 해석했다.
-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가 이 땅에 임하는 영적이고 내적인 나라였지만, 많은 유대인들은 이를 물리적, 정치적 나라로 이해했다.
- 예수님의 기적과 권위 있는 가르침은 그들이 하나님 나라가 즉각적으로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를 더욱 부추겼다.
5. 누가복음 19:11과의 연관
누가복음 19:11은 유대인들이 하나님 나라가 당장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한 이유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저희가 이 말씀을 듣고 있을 때에 비유를 더하여 말씀하시니, 이는 자기가 예루살렘에 가까이 오셨고 저희는 하나님 나라가 당장 나타날 줄로 생각함이더라."
- 예수님이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여정은 메시아로서의 활동이 절정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를 유발했다.
- 유대인들은 예수님이 로마를 물리치고 다윗 왕국을 회복시킬 것으로 오해했다.
6. 신약적 관점에서의 교정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잘못된 기대를 교정하시며,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성격과 미래적 완성을 함께 가르치셨다:
- 현재적 하나님 나라: 예수님의 사역을 통해 이미 하나님 나라가 임했음을 선언하셨다. ("하나님 나라가 너희 가운데 있다" - 눅 17:21)
- 미래적 하나님 나라: 하나님 나라는 완전히 이루어질 때까지 점진적으로 확장될 것이다. (마 13장의 천국 비유들)
요약
유대인들의 오해는 메시아에 대한 정치적 기대, 구약적 하나님 나라의 관점, 종말론적 희망, 그리고 예수님의 메시지에 대한 편협한 해석에서 비롯되었다. 이 오해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사역을 통해 교정되었으며, 하나님 나라의 진정한 본질은 단순히 이스라엘의 정치적 회복이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가 온 세상에 이루어지는 영적이고 보편적인 왕국임을 드러냈다.